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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Welcome to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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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여기 있는 동안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습니다."
그는 자기가 치료하고 있는 최면 환자들의 스케줄과 향후 1 년 동안의 병원의 각종 세미나 예정표를 주었는데 약물치료, 정신분석, 행동치료 그리고 최면치료등 각 분야를 망라한 세미나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가르치는 것이었으며 그 양이 방대했다. 한 병원의 한 과에서 이렇게 많은 세미나가. . . 놀라울 뿐이었다.
'와!' 기대와 흥분, 바로 그것이었다.
가끔 사람들은 공부하는게 재미있는지 물어본다. 보통은 노는게 재미있는데.
서울 을지로 3가의 을지병원에 과장으로 취직 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그 병원은 환자 부담이 많지 않았다. 무슨 뜻 인가하면 하루에 출근해서 퇴근 할 때까지 보아야하는 환자 수가 몇 명 안 된다는 뜻이다. 환자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따라서 월급도 당시 경기도의 정신병원에 비하면 100만원 이상 적었다. 그러나 내가 그 병원에 간 것은 우선 대학원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서울대학병원에 자주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혜화동과 을지로 3가가 가까워서 편하기 때문이고 또한 환자를 많이 보아야하는 부담이 없어서 나의 개인 시간이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대개 의사들은 전문의가되고 나서 약 3년간 동안이 자기의 평생 직장을 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 근무하는 병원은 대개는 평생직장을 구하기 전의 전초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전에 출근하여 퇴근시 까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환자수를 늘려주어 수입을 올려봐도 월급은 똑 같으니 내가 오기 전에 비하면 병원에 수입을 많이 올려주는 편이지만 너무 환자가 없으면 심심함으로 나 스스로를 위해 하는 일일 뿐 이었다.
하루는 소아과 과장인 김희주선생님이 내 방에 놀러왔다가 약간은 놀리는 투로 말한다. "변선생은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해요. 나는 전문의가 줄치면서 공부하는 사람 처음 봤네." 내가 책에다 출을 치면서 읽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을지병원에 있으면서 대개 나이가 비슷한 과장들끼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1주일에 2 번 미국인 선생님을 모셔서 영어회화 공부를 했는데 같이 공부를 하게 되어 친해진 사이다. 그분은 나보다는 3년 선배인데 경기여고와 서울의대를 나온 미모의 여의사이다. 간혹 내방에 놀러오곤 했다.
나는 주로 메모리 펜을 사용하기를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펜이 나온지 얼마 안되고 또한 형광색이 글자를 밝혀 주는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는 시간이 많아서 그럴때면 최면책을 읽기를 즐겨했다.
공부를 하는게 즐거운지, 글쎄. . .
MIT 수학박사인 창훈이에게 내가 물었다. "너는 왜 수학을 하니?" 수학은 학생 때도 지겨운 과목이었기에 나는 그가 하필 수학을 하나하는 것이 궁굼했다. 그가 대답한다. "수학의 역사는 성공의 역사야!" "아하!" 그렇구나 수학문제는 하나하나 풀 때마다 한가지를 성취해 나가는 것이었구나. 그런 성취감이 그로 하여금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한 모양이었다. 성공과 성취 그리고 발전. 사람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한가지 커다란 힘이 아니냐?
이제껏 나의 공부한 과정을 생각해 보자. 그렇게 공부가 싫다고 생각 한 적은 없다 다만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은 많았어도.
내가 공부한 것은 크게 2번인데 한번은 국민학교 6학년 때이다. 당시에는 중학교를 시험을 쳐서 들어갔다. 나는 경희국민학교라는 사립국민학교를 다녔는데 별로 공부는 잘 하지 못 했었다. 6학년이 되어 한달이 지난 4월경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어머니를 부르시더란다. 하시는 말씀이 얘는 왜 과외를 시키지 않느냐고 하시더란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학생이 과외를 했고 과외에 관한 법 같은 것은 없었던 시절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의 과외를 알아보시게 되었고 나는 과외를 시작 한 후 곧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2-3주 이내였던 것 같다, 반에서 1등을 하게 되었다. 과외 시작전에는 반에서 20등 밖에 있었으니 6년만에 처음 해보는 1등이었다. 그 후로는 거의 1등을, 가끔은 놓친 적도 있으나, 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언젠가는 하도 내가 1등만 하니까 담임 선생님이 자기가 과외하는 학생을 1등을 시키려고 내가 산수를 한 개 틀리고 그 아이가가 자연을 하나 틀려서 동점이 되었는데 산수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아이를 1등을 주고 나를 2등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당시에 그런 규정이 없었는데 담임선생님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그래서 항의도 했었던 적이 있다. 그 후 동점으로 처리되었던 가. . . 너무 오래되어 잘 모르겠다. 담임선생님은 아마도 후회했을 것이다. 괜히 과외를 하라고 해 가지고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등수만 떨어졌으니 말이다.
나는 과외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그분은 당시 다른 학교의 선생님이셨는데 내 성적이 오른 것은 순전히 그분 때문이었다. 아쉬운 것은 중학교에 가고서는 만나 뵙지를 못 했는데 아마 아직 살아계신지. . .
내가 공부한 또 한번은 고 3 때이다. 그러나 이때는 국민학교 때 같이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천천히 따라갔을 뿐이다. 왜냐하면 당시 경기에서는 웬만큼만 하면 서울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내가 수석을 하지 않을 바에야 그저 붙으면 되는 것이니까 열심히 하긴 했어도 그렇게 피나게 하지는 않았다. 고3 때 여름방학 때 놀러가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담임선생님의 4일간의 방학을 앞둔 시점에서의 협박을 뒤로 한 채 대성리로 방송반 친구들과 야영을 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피나게 공부한다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다. 중학교 입학시험후의 발표 때의 일이다. 발표전날 저녁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붙었단다. 잠시 후 코피가 저절로 났다. 피나게 공부한다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외할머니가 안스러운 듯이 나를 어루만지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경기중학교 입학시험은 160점 만점인데, 그 중 체력장이 4점이다. 나는 체력장은 자신이 있어 연습도 잘 안 했었는데 입학시험 당일 날씨가 추워 달리기에서 0.2 점이 깍여있었음으로 학과에서 1개만 틀려도 잘 못하면 떨어지니까 한문제도 틀리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158.6 이 컷트라인 이었다고 하니 아마 학과에서는 다 맞았거나 1 개정도 틀렸거나 했을 것이다.
나는 사실은 좀 놀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중, 고등학교 때도 서클(요즘은 동아리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을 동시에 2개나 했었다. 하나는 룸비니라는 불교 써클인데 토요일 오후면 종로 3가의 절에서 법회와 명사 초청 강의등을 듣고 놀면서 지냈다. 방학이면 산속의 절에 MT도 갔었다.
또하나는 방송반인데 고 1 때는 1년에 1번하는 방송제를 앞두고는 연습을 핑계로 1달간을 수업을 안들어 간적도 있다. 얼마나 좋았었던지. . . 당시 경기고등학교는 그걸 인정해 줄 정도 였으니 참 좋은 학교였나?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는지 모르겠다. 방송제가 끝나고 거의 1달만에 수업에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최면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한달간 수업 빼먹고 열심히 놀다가 즉 행복한 최면 상태이다가 수업에 들어오니 이제 현실감이 생기면서 최면상태에서 통상상태로 의식이 바뀌는 그 상태의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제까지 공부한 과정을 생각하면 대개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것이다. 중학교 입시, 대학교 입시. 그런데 지금 내가 이 곳 미국 보스턴 하버드의 캠브리지병원에서 공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은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이 공부 안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내가 앞으로 먹고 사는데 지장 있는 것도 아니고 . . .
왜하나?
그 자체가 재미있었다. 너무나 배울게 많은 것이 좋았다. 더욱이 세계 최첨단의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었다.
사람이 왜사나?
돈을 벌으면 무엇이 좋은가? 공부를 많이하면 무엇이 좋은가? 둘다다 뭐가 생기고 많아지니까 좋다. 그런데 나는 깨닿는다. 돈은 생겼다가도 없어지는 것. 그러나 배움은 생기면 없어지지 않는 것. 그럼으로 배움은 돈보다 유익하고 좋은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교내 신문이 있다. 그 신문에 그해에 노벨상을 탄 하버드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조그맣게 실렸다. 매해 한두명 씩은 타니까 그렇게 큰 일도 아닌가 보다. 그 기사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기자가 상금을 어디에 쓰실거냐고 물었다. 그 노 학자는 그 상금으로 부인의 차가 너무 낡았는데 이번 기회에 차를 바꾸어 주겠다고 대답한다. 아!
"오늘 저녁은 내 집에서 합시다!"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브라운교수의 집.
"Welcome to Boston!"
브라운교수가 샴페인을 터트리며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배움 그리고 공부. 무엇에 얽매이지도 않은 완전한 나의 자유의지로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진짜 배움과 공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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